"감히 그랜저가 날 추월해?" 신혼부부 향해 '산탄총' 발사 충격
그랜저를 몰고 가던 신혼부부를 향해 산탄총을 발사해 두 사람을 살해한 사형수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1999년 강원도 삼척시를 달리던 검정 그랜저 한 대가 있었다.
당시 고급 세단에 속했던 그랜저를 운전하던 사람은 다름 아닌 신혼부부 김모(28)씨와 장모(27)씨였다. 두 사람은 사실혼 관계로 7살, 2살 된 딸들도 함께 타고 있었다.
택시 기사로 일했던 남편 김 씨는 어려운 형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가, 동거 7년 만에 혼례를 올리고 뒤늦게 강원도로 신혼여행을 떠나던 중이었다.
검정색 그랜저는 신혼여행 기분을 내기 위해 빌린 차량이었던 것이다. 갓 혼례를 올린 신혼부부는 강원도에 사는 집안 어른께 인사드리기 위해 한복도 맞춰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은 산길 한가운데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범인은 바로 정형구(36)였다. 정형구는 당시 사업 실패로 낙담한 가운데 꿩 사냥을 위해 강원도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산탄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주점에서 일하던 한준희(33)와 함께 있었다.
액센트를 몰고 있던 한준희는 다소 느린 속도로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던 도중, 뒤쫓아오던 그랜저 차량의 김 씨가 액센트를 앞질러 갔다. 순간 흙먼지가 날렸고 정형구는 격분한 나머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사형' 선고받았지만 23년째 미집행 사형수
정형구는 그랜저를 탄 젊은 부부가 사업에 실패하여 소형차 액센트를 몰고 다니는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이에 한준희와 정형구는 창문을 열고 김 씨 부부에게 욕설을 내뱉으면서 다시 그랜저를 추월했다.
난데없이 욕설을 들은 김씨도 그 순간 참지 못하고 다시 욕설로 받아치면서 산길 한가운데서 레이스가 펼쳐졌다. 그랜져와 액센트의 추월 경쟁은 약 1km가량 지속되었으며 5분 정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정형구는 강도, 강간 등의 전과 6범으로 이미 범죄 경력이 상당한 자였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한준희 역시 절도 전과 5범의 범죄자였다. 결국 감정이 격분한 이들은 장전된 엽총으로 그랜저 운전자의 뒷덜미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불행하게도 탄환은 김 씨의 뒤통수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으며 그는 그대로 절명하고 만다. 하지만 정형구와 한준희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조수석에서 공포에 떨고 있던 아내 장 씨까지 사살했다.
후에 경찰에 붙잡힌 정형구는 살인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운전자였던 한준희 역시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내렸다. 그러나 정형구는 현재까지 23년째 미집행 사형수로 살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최근 열린 세 번째 사형제 헌법소원 심리에서 "국가가 개인의 생명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라며 보조참가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